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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 학우들 신문 안 읽는다

기사승인 2017.04.18  00: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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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화제다. 해당 설문조사는 익명의 초등학생 1명을 상대로 진행되었으며, '나는 대구대 신문을 매일 읽는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0%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학우들은 ‘충격이다.’, ‘어떻게 0%가 나올 수 있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요새 인터넷 신문들 보니 이런 식으로 쓰는 것 같기에 나도 해 봤다. 기자로 일하기 쉽네. 언젠가 신문사에서 일하는 후배가 말하더라고. 아무리 열심히 기사를 써도 학생들이 신문을 안 읽으니 내가 이러려고 신문사에 들어왔나 너무 괴롭고 자괴감이 든다고. 구독률이 그것밖에 안 돼서 나도 미안하다! 구독률이 7%가 안 되면 6%라도 되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러게 대구대 신문 게재처 공개 입찰 안 하고 왜 두드림에만 올립니까? 학우 여러분, 이거 다 등록금인 거 아시죠? 그래도 안심하십시오, 등록금은 안전합니다! 대학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나 같은 도둑놈들이 많은 겁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저는 그, 솔선을 수범하여 우리는 이렇게 하면은 어, 우주가 나서서 이걸 이렇게 도와준다 하는 그런 마음의 가짐과 바른 정신과 같은 것으로, 그러니까 혼이 비정상인 바쁜 벌꿀을 대상으로 이 기사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이것이다 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면 되는 창조적인 경제라던가 하는 거에 대해서 그 어떠한 희망찬 설명을 의식의 흐름의 기법으로 써 볼까 합니다.

쓰고 보니 정신없네. 내가 이렇게 기사를 써내도 아무도 안 읽어요. 이거 서러워서 원, 어떻게 기자 노릇 하겠나. 내친김에 일기나 써야지. 아침에 일어나서 우유에 시리얼 말아먹고 재미나게 놀다가 늘어져 있다가 점심 먹고 저녁 먹고 씻고 잤다. 끗. 아 그런데 내가 기사를 이따위로 써내면 대구대 계속 다닐 수 있으려나? 아 몰랑, 어차피 아무도 안 읽는데 뭐. 누가 이 기사 읽었으면 대구대 페북에 제보 좀 해줘요. 기사 발행되고 얼마나 있으면 제보 들어오나 궁금하다. 아니, 이참에 이벤트 한 번 하죠. 발행 일시로부터 60시간 동안 jooork@daegu.ac.kr로 우리 대학(원) 재학생임을 증명하면서 제목은 '대구대 신문 이벤트'로 이 기사 캡처 사진 첨부 메일 보내주세요. 생각해보니 증명은 힘들 것 같네. 학과, 학번, 이름만 적어줘요. 사흘째 되는 날에 선착순 1명, 그 외에 1명 추첨으로 상품권 5,000원씩 보내줄게. 내가 월급 17만 원쯤 받고 일하는 사람이라서 많이는 못 드리겠다. 크으, 애국페이.

초안은 7매 분량으로 썼는데 더 늘려야겠네. 쓸 내용이 없는데 뭘 더 쓴담. 노래 가사라도 쓸까? 치킨 먹고 싶다. 이 기사 누가 읽으면 참 난리가 말도 아니겠어요. 이렇게 일 벌여놓고 복학은 어떻게 하니. 이왕 이따위로 기사 낸 김에 하소연 좀 하자. 이게 도대체 무슨 신분이야? 민간인인데 군법을 적용해요. 그뿐인가? 피부양자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은커녕 최저생계비도 안 주는데 연말 정산할 때는 또 소득 있는 성인이랍시고 부양가족에서 제외하네요.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부양하는가 보다. 대한민국 만세올시다. 이런 기사 써서 내면 신문사 선생님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려나. 대구대 신문사 파이팅, 생명과학과 파이팅, CSI 파이팅, 대구대학교 파이팅, 우리 존재 화이팅.

이래 봬도 굉장히 신경 써서 쓰는 기사예요. 아무 주제도 내용도 없이 원고 11매 쓰는 게 쉽지 않아. 초안은 작년에 쓰기 시작했는데 벌써 8달이나 지났네. 아주 심혈을 기울여서 쓰고 있어.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짜와로 서로 사맛띠 아니할세 이런 거로 11매 썼으면 나도 편하지. 그런데 그러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잖아. 서울대 학보는 1면 백지로 내니까 전국 뉴스에 나오고 멋있던데, 우리는 뭐야? 뭐긴 뭐야, 누가 읽어야 말이지. 종이 신문이나 교직원분들이 읽으시고 인터넷 신문은 신입생들이나 간혹 읽으려나? 아무튼, 근래에 기고한 몇 편도 이거 하나 게재하려고 쓴 거요. 아, 며칠 전에 재밌는 기사를 읽어서 말이야, 887호에 다른 기사 넣을 테니까 누가 서울대 신문사에 전해줘요. 아무리 학생들이 신문에 관심이 없어도 이런 글을 써서 내면 승인이나 해주시려나? 밀려서 못 냈던 기사가 많기도 하고 휴학하는 동안 몇 편 더 써내고 싶은데. 더 쓰는 건 둘째 치고 퇴학만 아니면 다행이겠다.

존경하는 독자 여러분, 다음 호 발간되면 꼭 읽어주시고 안녕히 계세요. 국장님, 실장님, 원장님, 총장님, 저는 고양이입니다.

With Best Regards, F. D. C. Willard

박준모 학우 (생명과학·15)

<저작권자 © 두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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