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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만나고, 듣기만 한다고 소통이라 할 수 있겠나

기사승인 2023.12.24  18: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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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 '현실 인식' 해법·화법이

총장 불통 이미지 해소 열쇠될 것  

△ 동아일보 2015년 1월 13일치 1면 머리기사 (출처: 조중동도 박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일제히 비판 ,한겨레신문)

■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구중궁궐', '불통' 오명에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신년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언론의 비판을 받아왔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받았던 가장 큰 비판점은 대통령의 현실 인식과 해법이 국민과 동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대통령 스스로 국민들에게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소통의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이러한 모습은 국정 최대 위기였던 최순실 파문 수습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대국민 담화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그대로 퇴장하거나, 청와대 상춘재에 기자들을 모아놓고 자기 입장만 일방 주장하며 각종 의혹을 뭉갰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터넷 방송 채널에 단독 인터뷰를 응하며 소통의 문을 닫아버렸다. 

■ 박순진 대학본부 역시 불통, 독주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학 총장은 독재자"라는 비난까지 쏟아낸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순진 대학 총장은 기자 입장에서는 가장 '언론 프렌들리'한 총장이다. 보통 대학 언론 관례상 대학 총장은 1년에 두어 번 정도 공식 인터뷰를 통해 학교 현안에 대해 질문하거나, 만남의 자리를 가진다. 그 이외에는 직접 대면하여 짧은 질문의 자리를 가지는 것 같이 취재할 수 있는 기회가 잘 없다. 박순진 총장의 경우 이전과 달리 기자 도어스테핑에 응하거나, 현장 질의응답에도 성실히 대답하는 등 기자 질문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타 대학 총장과 비교해 보면 흔치 않은 사례인 것은 분명하다. 지난 12월 19일에는 총장이 대학 교육의 혁신과 변화에 관해 학생 사회 내부서 각종 논란이 커지자 직접 대화의 장을 열기도 했다. 

■ 박 전 대통령 사례와 달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박순진 대학 총장은 불통, 독주 이미지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지난 12월 19일 총장과의 대화에서 박순진 총장은 "자신은 역대 어느 총장보다 학내 구성원을 많이 만나고 있다"면서 "(대학 구성원이 본부에 대한 불편·불만을 제기할 시)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불통 이미지에 대해 "(대학 구성원이 원하는 것을) 잘 들어주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자평했다. 필자는 이러한 총장의 인식이 불통 이미지를 벗어나는데 큰 걸림돌이라고 판단한다. 불편 부당함을 호소하는 이의 말을 듣고, 해결해 줄 수 있는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이를 의식하여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소통이다. 가령 정치인이 지역구 주민, 민원인과 만남의 자리를 많이 가진다 하여도 그들의 주장을 반영해주지 않거나 별 다른 변화가 없다면 불통이라 보는 것이 현실적인 인식이다. 

■ 대학 총장은 이러한 현실 인식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대학 내 구성원이 본인을 찾아왔을 시 적극적으로 그들의 의사를 반영해 주고자 노력하고, 대학 기조를 일정 부분 수정·보완해나가야 한다. 불통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대학 기조를 바꿔나가고 있다는 설명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총장과의 대화와 같은 자리를 만들어 학생을 비롯한 구성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아무리 총장이 대학 구성원의 많이 만나 의견을 듣는다고 하여도 그들의 목소리가 묵살된다면 소통이라 할 수 없다. 이는 절차상 의견 수렴과 같은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으로 변질될 수 있다.

■ 또한 총장 본인의 화법을 현실에 맞게 바꿔나가야 한다. 총장이 자신 있게 본부의 입장을 피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자 입장에서 총장이 설명하는 것이 많을수록 기사에 실을 것이 늘어날 테니 독자들의 알 권리 역시 보장된다. 다만, 기자 입장과 달리 일반 학우를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에겐 이 같은 모습이 불통 이미지를 가중시킬 우려도 있다. 실제 학생 사회 내부에서 지난 총장과의 대화를 평가하는 내용 중 "(총장이 사안에 대해 설명하는) 말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간결하고, 핵심만 짧게 설명할 수 있는 현실적인 화법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이는 총장이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 본부가 대학의 장기적 미래를 위해서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여러 개편, 조정을 통해 대학 개혁을 위해 꾸준히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본부가 추진하는 개혁안이 대학에 반드시 필요하다 판단된다면 이를 자신 있게 관철시켜야 한다. 다만, 박순진 대학 본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혹여나 실패하거나 혼란을 거듭한다면 기조를 과감하게 바꿔나가는 것 역시 필요하다. 본부가 추진하는 개혁안이 실패한다면 이를 어떻게 책임지고, 수습할 것인지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 역시 집행부 내부에서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학내 구성원들에게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어야한다. 그래야 본부가 추진하는 개혁안이 성공하고, 지금의 불통·독주 이미지를 벗어나는데 열쇠가 될 수 있다. 

김규민 기자 mongo2015@daum.net

<저작권자 © 두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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